“음식 주문에서 실패를 줄이고 싶다면 모든 분류의 (메뉴판) 가장 위에서부터 고르면 되고, 재료로는 ‘닭’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겉에 뭐가 발라져 있든, 무엇에 재웠든, 속에는 우리가 아는 그 닭고기가 있다.
그러나 자기 여행을 소재로 뭔가를 쓰고 싶다면, (메뉴판) 밑에서부터 주문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때론 동행 중에서 따라 시키는 사람이 생기고, 그 인상적인 실패 경험에 대해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그걸 글로 쓸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기는 작가가 겪는 이런저런 실패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획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하고 오는 그런 여행기가 있다면 아마 나는 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을 것이다.”
– 김영하 지음, <여행의 이유>, Page 18, 문학동네(서울, 2019)

사람은 ‘삶’에서 안정감을 누리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닌, 동물적 감각이 요구하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구석기와 같은 원시 시대에는 먹을 것 찾으러 나갔다가 이웃 부족과 싸움이 붙으면 사생결단으로 싸워야 했을터이니, 먹거리 하나 구하는 것부터가 생존을 위한 전쟁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현대인들은 식량을 사냥하러 ‘대형 마트’를 찾습니다. 지갑이나 계좌에 지불 능력이 있으면 타인과 목숨걸고 싸울 일도 없고, 지천에 먹을 것이 남아돕니다.
마트(Mart)에 물건이 항상 남아돌고, 언제든 살 수 있는 공급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카트에 필요 이상의 물건을 가득 담고, 냉장고가 미어 터질 정도로 식량을 채워 넣고 있습니다.
DNA에 각인되어 있는 생존 본능 때문이고,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불안 심리 상태가 작동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펼치면 제일 첫 페이지 좌측 상단에 표기된 음식이 그 식당이 자랑하는 ‘스타 메뉴(Star Menu)’ 입니다. 매출의 90%가 첫 페이지 메뉴와 음료 및 주류 판매에서 나옵니다. 고객 모르게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또한 시각적인 디자인을 곁들여 음식 메뉴를 이렇게 배치하는 것을 전문 용어로 ‘메뉴 엔지니어링(Menu Engineering)’ 이라 합니다. 일종의 과학이고, 인간 심리학의 결과물 입니다.
메뉴판 자체가 식당 주인과 고객과의 정교한 심리전의 시작이며, 전투의 결과는 ‘매출액 총액 숫자’가 말해줍니다. 사람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좌측 상단에서 우측 하단을 따라 대각선으로 이동합니다.
여기에 가장 충실하게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이 ‘식당의 메뉴판’ 입니다. 주요 포털 사이트의 ‘서비스 메뉴’ 배치 방식도 이 원칙을 충실하게 따라서 설계되어 있습니다.
생애 처음 간 식당에서 무엇을 주문할 지 모를 경우, 메뉴판 ‘첫 페이지 좌측 상단의 첫 메뉴’를 시키면 실패할 염려는 거의 없습니다. 작가 ‘김영하’는 지금 이 이야기를 그의 책에서 하고 있습니다.
나는 거꾸로 합니다. 메뉴판 제일 뒤쪽에서 음료와 주류가 표기된 (Drink & Beverage) 페이지 바로 직전에 나오는 우측 상단 혹은 하단 음식 메뉴를 주문합니다.
대체로 그 메뉴는 주방장은 잘 만들지만 외국인은 잘 먹지 않는 지역 고유의 특이한 음식 입니다. 나는 어디를 가든, 여행 가면 특이한 그 음식을 주문하여 먹습니다. 나는 향에 민감하지도 않고, 혀 끝의 미각도 다소 둔하기에 뭘 먹어도 괜찮습니다.
나에게 ‘음식’이란 몸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에너지원’일 뿐, 음식의 맛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메뉴판 뒤쪽에 숨겨진 메뉴를 주문하는 유익은 여러가지 입니다.
우선, 그 메뉴는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일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외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 입니다. 그래서 나는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체험하는 셈이 됩니다.
음식에는 그 지역의 문화도 풍부하게 담겨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즐겨 먹지 않는 특이한 지역 음식의 경우에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와 향, 색깔이 담겨있습니다. 나는 그런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행운이 있어서 옆 테이블에 현지인이 있다면 자기들이 종종 시켜 먹는 그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예외없이 다가와 묻습니다.
“먹을 만 한가요? (Is it good for YOU?)” 혹은 “그 메뉴 정말 좋아 하나요?? (Do you really like it??)”며 나의 진정성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나는 대답합니다. “인생에서 처음 주문했는데, 독특하고 정말 맛이 있다 (It’s my first order to have it in my life and I found it has so unique taste and delicious, too!!)”고… (맛에 민감하지 않기에 웬만하면 대체로 맛있다!고 느낍니다)
그런 다음에는 다소 특이한 감정이 서로 공유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메뉴 하나로 인해 외국인인 내 자신과 현지인이 뭔가 통하기 시작하는…말로 표현이 불가능한 현장의 느낌이 있습니다!
사교성 많은 현지인의 경우, 아예 자기 테이블로 합석하라고 권하기까지 합니다. 그럴 경우, 나는 절대 사양하지 않고 내 테이블은 후딱 치우고, 즉시 이동합니다. 그렇게 불과 몇 분 전에 처음 만난 그들과 함께 족히 30분 이상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시간이 무르익을 수록 그들이 제공하는 공짜 음식과 음료는 나의 ‘모험심? 호기심?으로 인한 인센티브(Incentive)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나에게는 유목민 같은 기질이 있다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어딜 여행 가든 도착한 그 곳이 나에게는 반가울 뿐이고, 신기할 뿐 입니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낮설기 그지 없을 그 곳이, 나에게는 불안하다는 생각이나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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