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출판사(2023년). 어려운 경제학 분야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경제학자 ‘장하준’의 2022년도 책이다.
2023년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마늘에서 초콜릿까지 18가지 재료로 요리한 경제학 이야기‘ 라는 부제를 달고 세상에 나왔다. 원서 제목의 부제는 ’어느 배고픈 경제학자가 세상을 설명하다‘ 이다.

저자 ‘장하준’은 선진국 경제 발전 신화의 위선을 파헤친 <사다리 걷어차기>로 세계 미디어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 영국 캠브리치 경제학 교수를 거쳐 2022년부터는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가 세상에 내어 놓은 책으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위험성을 설명한 <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23개의 현실적인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그리고 경제의 역사와 경제학파, 경제 부문을 총체적으로 통합적으로 설명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쓰여진 경제학 서적 중 하나)인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가 있다.

(Image Source: 인터넷 서점, 알라딘 화면 캡처)
한국인들은 마늘을 100일 동안 꾹 참고 먹은 후, 마침내 인간이 된 곰의 후손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냄새나는 마늘을 온갖 양념이나 반찬, 소스로 만들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한다. 연간 1인당 평균 7.8킬로그램을 소비한다.
음식은 사람에 따라서 혹은 국가에 따라서 개방적일 수도 있고, 폐쇄적일 수 있다. 저자가 공부한 영국도 1990년대 이전에는 다국적 음식을 찾기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개방적인 된 지금은 프랑스와 이태리 보다도 더욱 다양한 음식을 보유한 국가로 재탄생했다.
경제학 역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학파가 존재했다. 고전학파, 마르크스주의, 케인즈 학파, 슘페터학파, 제도주의, 행동주의 등 다양했다. 학파간의 합종연행으로 1980년대 이후에는 ‘신고전학파’가 경제학 분야의 단일 메뉴가 되어버렸다.
신고전파 경제학(新古典經濟學)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고전파 경제학을 계승한 학파로,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한 케인스 경제학에 대응해 형성된 학파다.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이 논리의 바탕이다.
그래서 시장을 자율에 맡기면 가격의 기능에 의해 생산과 소비가 적절히 조화되고 경제도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각종 규제 철폐 등 (자본주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작은 정부’를 옹호한다.
편견 넘어서기 (도토리, 오크라, 코코넛)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데 국가의 문화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자본가들을 위한 자유 만을 의미한다. 갈색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일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라는 믿음은 그 자체가 편견이다.
유교문화에 속한다는 한국 사람이 떡갈나무에서 자라는 도토리를 발견하면 곧바로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지만, 같은 도토리를 기독교 국가인 스페인에 사는 ‘이베리코 돼지’가 먹으면 무척 비싸게 (평균 US$300-400 전후) 팔리고 있는 최고급 햄의 이름인 ‘하몬 이베리코’가 탄생한다. 하몬 jamon은 스페인어로 ‘햄’ 이란 뜻이다.
이 돼지고기 햄으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기독교 기반의 나라에서 종교를 개종해야 비로소 생존할 수 있었던 슬픈 역사를 지닌 민족이 유대인이다. 핍박받던 이들 유대인들을 폭 넓게 수용함과 동시에 종교적 자유까지 보장해 준 민족이 뜻밖에도 무슬림 종교의 이슬람 국가인 오스만 제국(오늘날의 바그다드 지역)이다.
폐쇄적이라 생각하는 실제의 이슬람 문화는 ‘배움을 강조하고, 과학적 사고의 전통이 잇고, 사회적 위계질서가 강하지 않고, 상업의 가치를 중시하며, 법치와 관용의 전통’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의 생각과 정반대로 이슬람 문화는 속성 자체가 무척 개방적이며, 오늘날 현대 국가가 경제 발달에 유리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 민족성 등이 그 나라의 경제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관념 역시, 잘못된 편견에 따른 환상이다. 한국의 경제발전 원동력으로 유교 문화와 근면성 등을 지칭하는 것이 그런 사례이다.
태평양 건너에 있는 미국은 1830년대에는 노예제 국가였다. 약 1200만 명의 아프리카 노예가 없었다면 당시 미국 수출액의 58-65%의 목화의 생산과 영국으로의 수출은 불가능했다. 목화와 담배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은 기계와 기술을 수입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매슈 데스먼드 Matthew Desmond는 “노예가 된 인간들은 주택 담보 대출이 시작되기 몇 백년 전부터 대출의 담보로 사용되었다…노예 한 명 한 명을 묶어서 이를 담보로 채권까지 발행했다(*오늘날의 자산유동화증권, ABS와 동일한 개념)”는 조사결과를 뉴욕 타임즈에 기고했다. 민주주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 미국의 민낮이다.
노예들이 주축이 된 아이티 혁명이 없었다면 미국 영토는 현재의 30%를 조금 넘는 국가일 것이다. 또한 1848년까지만 하더라도 북미 대륙의 또 다른 30%의 영토는 영국(오리건주, 워싱턴주, 아이다호주 점령)과 멕시코(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텍사스, 애리조나,오클라호마, 뉴멕시코, 콜로라도, 캔자스, 와이오밍주 일부)가 점령하고 있었다.
자유시장 옹호자의 ‘매우 좁은 개념의 자유’
-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경제 영역 내의 자유로, 기업이 가장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는 것을 만들고 팔 수 있는 자유, 노동자가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자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 자유에 한정되어 있다
- 정치적 자유, 사회적 자유(인권 등) 등의 자유가 경제적 자유와 충돌을 일으키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주저없이 경제적 자유를 우선 순위에 둔다.
- 밀턴 프리드먼이나 해리티지 재단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자유는 좁디좁은 경제적 자유의 개념 중에서도 자산 소유자(자주와 자본가)가 가장 큰 이윤을 내는 방법으로 자신의 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이다.
- 이들은 자산가의 자유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사람들의 자유는 철저하게 무시하거나 비난을 한다.
지난 150여 년에 걸쳐 자본주의가 그나마 좀더 인간적이 된 것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신성불가침이라 여겼던 자산 소유자들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민주 헌법, 인권법,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법적 보호, 노동자들의 파업할 권리 보호, 복지국가 설립, 공해 물질을 배출할 자유 제한 등이 그 예이다.
더운 나라,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이 가난한 것은 역사적, 정치적, 테크놀로지 때문이다. 또한 이는 일반 개인이 개선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그들이 열심히 일할 마음이 없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생산성 높이기(멸치, 새우, 국수, 당근)
자연에서 나는 천연의 재료나 자원은 보통은 국가에 부를 가져다 주지만, 다른 나라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재료가 개발되면 거꾸로 위기를 불러온다. 세계화로 단일화 되는 경제 시스템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개발도상국들은 우월한 외국 라이벌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19세기 페루가 경제적 번영을 누린 원인을 제공한 음식 재료는 멸치이다. 유기농 비료 역할을 했던 구아노(마른 새똥)을 생산하던 바다 새들의 먹이인 멸치가 페루의 훔볼트 해류를 타고 대규모로 이동한다.
칠레가 전쟁에서 승리하여 페루의 영광을 승계하지만, 독일에서 인공으로 개발된 화학비료가 칠레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구아노와 초석에서 추출한 칠레의 천연 질산염 생산량은 1925년 250만 톤에서 1934년에는 불과 80만 톤으로 줄어들었다.
천연자원을 대체시킬 인공물질 제조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제 체제는 기존 시장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과 다름없다.
고도의 기술을 갖추면 네덜란드처럼 자연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다. 온실농법, 수경재배와 컴퓨터 제어 기술로 생산성을 최대한 향상 시켰다.
자유 무역의 본고장이라는 현재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경제발전 초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보호주의 국가였다. 그들은 산업의 주도권을 획득한 후에야 자유무역으로 선회했다.
18세기의 영국, 19세기의 미국, 독일, 스웨덴, 20세기의 일본, 필란드, 한국은 위와 같은 슬기로움을 발휘하면서 세계적인 경제국가로 성장했다.
19세기 말 이후의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보다 집단적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기업의 리더 뿐 아니라, 노동자, 엔지니어, 과학자, 전문 경영인, 정부의 정책 입안자, 그리고 심지어 소비자의 노력까지도 모두 포함된다. 현대 경제에서 기업은 더 이상 개인의 비전이나 노력 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제도와 마찬가지로 특허 제도 또한 그 제도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이상 많지 않으면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옳다.
2000년에 스위스의 Ingo Potrykus, 독일의 Peter Beyer 공동 연구팀이 쌀에 부족한 비타민 A가 풍부한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베타카로틴을 생성 및 합성할 수 있는 ‘노랑색 빛깔을 띄는 쌀’, 일명 골든 라이스(Golden Rice)을 만들었다. 상업화를 추진하다 특허 장벽을 넘지 못하고, 다국적 농업 및 바이오테크놀러지 기업인 Syngenta 에 그 기술을 팔았다. (P146-149)
전 세계가 더 잘 살기(소고기, 바나나, 코카콜라)
자유무역 1기(1800년대와 1900년대 초)에 ‘자유’ 무역은 거의 전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나라들’ 다시 말해 식민주의와 불평등조약 등으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나라들에서 만 행해졌다. 국가들 사이에서 형식적인 평등이 존재하는 상황인 현재의 자유무역 2기에서조차 자유무역은 모든 당사자에게 평등한 혜택을 주지 못한다.
국제무역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을 이해하고 ‘자유’라는 단어에 눈이 멀지 않을 때에야 모든 이에게 좋은거라 여겨지는 것을 두고 왜 그토록 많은 논쟁과 갈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나나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나무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 높은 생산성이 그릇된 방향으로 쓰이면 극도로 부정적인 결실을 맺는다. 처음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노예화 된 사람들을 최소화 된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플랜테이션 소유주들이 활용했고, 후애는 다수의 카리브해 연안 국가(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에서 노동력 착취, 정치적 부패, 국제적 무력 침공의 원인이 되었다.
다국적 기업도 그렇다. 기술 이전을 최대한 유도하고, 노동자를 훈련하고, 선진 경영관행을 학습하는 등 혜택을 실현하기 위한 공공정책 없이는 다국적 기업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힘들다.
독일 역사에 등장하는 철과 호밀의 결혼 marriage of iron and rye은 통일 독일의 첫 총리 Otto von Bismarck 주도로 호밀을 재배하는 귀족 지주인 JUNKER와 중공업 자본가들 사이에 맺은 정치적 동맹을 가리킨다. 이 동맹으로 독일 경제는 전례없는 발전을 거듭했다.
극보수주위자인 비스마르크는 세계 최초로 산업재해보험 도입, 1883년에는 공공 의료보험, 1889년에 공공 연금을 제정했다. 인류 역사상 모두 세계 최초의 복지국가 정책을 도입한 인물이 비스마르크이다. (*최초의 실업보험은 1905년에 프랑스가 도입했다) 독일은 1927년에 실업보험을 도입했다.
잘 설계된 복지국가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노동 관행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줄여서 더 역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가장 좋은 사례가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이다.
1930년대 만 해도 부자 나라들의 복지예산은 GDP의 1-2%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에는 복지 국가 예산 평균은 GDP의 15.4%, 2010-2016년에는 그 비울이 20.8%까지 늘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로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출처: 이지혜 기자, 한겨례신문 2021-09-24 )
좌파는 모든 사람에게 결과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이 공평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마다 다른 필요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우파는 기회의 평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정으로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균등해야만 한다는 것을 간과한다. 이것은 부모 세대가 상당한 정도로 결과의 평등을 누려야 가능한데, 그렇게 되려면 소득을 재분배하고,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기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
세상의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고추가 없는 음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무보수이든 유급이든 상관없이 돌봄 노동이 없는 삶은 인류 모두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돌봄 행위를 시장화하는데 제한을 두고, 신중한 규제 조치를 마련해서 소득과 상관없이 모두가 기본적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