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정체성과 소속감, 충성도 등이 생태 지역의 환경적 안녕에 달려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앞으로 몇 년, 몇 십년, 몇 백년에 걸쳐 무르익고 깊어질 것이다.
우리 인간 종은 인정하든 무시하든 언제나 애착을 느껴온 자연계로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자연과의 이런 정치적 재편이 이미 진행 중이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 안진환 옮김. <회복력 시대>. 민음사. Page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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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과 20세기에 들어와 불어닥친 세계화 흐름에 따라 도시는 더욱 번창했고, 사람들은 그렇게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농촌지역 사회를 낙후된 벽지로 바꾸어 놓았다.
다국적 거대 농업 기업의 출현은 농부들이 자유롭게 파종하고 수확을 하는 시대를 반강제적으로 중단해 버렸다. 이제는 씨앗 하나를 뿌리기 위해 로열티를 내야 하는 농촌경제의 후퇴를 가져왔다.
그러나, 석유사업의 성장에 따른 부작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오염되지 않은 자연 생태계가 중요시 되는 2020년 이후 등장한 ‘인류세’와 같은 신종 트랜드로 인해, 다행스럽게도 가까운 미래에는 농촌 지역 사회가 인구 5만-20만 정도의 중소 스마트 도시와 함께 부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첨단 기술은 공간과 거리를 무력화 한다. 덕분에 그 동안 소외되었던 농촌지역과 같은 외곽지역도 곧바로 세상과 연결되는 혜택을 입었다. 깨어있는 스타트업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도시 부동산을 떠나 농촌이 소도시에 사무실을 차리고 세상과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생태계의 회복이 중요시되는 시대에서는 물건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줄어들고, 공동체의 회복과 재생을 위한 공동체 구성원의 전체 참여가 늘어난다. 공동체 회복은 특정 정치인 혹은 특정 기업인 혼자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트럭 제조로 유명한 포드 자동차가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트럭 모델인 F-150 시리즈를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생산라인과 베터리 공장을 캔터키주와 테네시주의 농촌 지역에 건설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118년의 포트 자동차 역사상 단일 투자규모로는 최대인 투자금액 114억 달러이 투입된다. 이에 따라 1만 1000개의 일자리가 농촌 권역에서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롭게 건설되는 도시 이름을 ‘BlueOval City’로 명명했다. 배터리 공장 건설에 한국 기업 SK Innovation 이 참여한다.
Called BlueOval City, the complex will be constructed on a nearly 6-square-mile site in west Tennessee and build next-generation electric F-series pickups and advanced batteries.
Ford and SK Innovation plan to invest $11.4 billion and create nearly 11,000 jobs-close to 6,000 in Stanton, Tennessee, and 5,000 in Glendale, Kentucky: production of new electric vehicles and advanced lithium-ion batteries will begin in 2025.
Ford Media Center, “Ford to lead America’s shift to electric vehicles with new mega campus in Tennessee and twin battery plants in Kentucky; $11.4B investment to create 11,000 jobs and power new lineup of advanced EVs” Sep 27, 2021
한국의 농촌현실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농촌 인구의 고령화, 젊은 세대의 탈농촌화로 인해 해외 노동자가 빈공간을 메우고 있는 등 사회적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농촌이 쓰러져간다는 것은 ‘식량 공급망의 자주성’이 무너진다는 의미이다. 농촌이 첨단 산업과 만나는 사례를 보여준 미국의 노력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버드대학교 생물학자 Edward O. Will은 2016년 <Half-Earth>라는 책을 출간했고, 201년에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A Global Deal for Nature: Guiding Principles, Milestone, and Target>이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생물의 다양성 보호, 자연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지구의 평균기온을 더 이상 상승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책과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다.
1, 2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경제학’이 영향력을 발휘했다. 2020년 현재는 경제학보다 앞선 지위를 누리는 분야는 기후, 환경 그리고 생물의 다양성을 다루는 ‘생태학’이다. 앞으로도 생태학의 우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의 권역을 대륙이 아니라, 생물 지리 권역으로 최초로 분류한 사람은 다윈과 함께 종의 진화론을 발전시킨 Alfred Russel Wallace 이다. 그는 생물지리 권역을 오스트랄라시아, 아프리카대구, 신북구, 오세아니아(대양주), 남극구, 인도말라야(동양구), 신열대구, 구북구 등 8개 권역으로 분류하였다.
‘현지생활’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생태 지역을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 조건으로 설명하는 ‘생태 지역주의’는 고인이 된 UC산타크루즈 교수였던 생태학자 Raymond Dasmann과 Peter Berg 기자가 처음 소개했다.
생태 지역역 접근법을 살펴보기 가장 좋은 지역의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의 ‘캐스캐디아 ’ 생태지역과 ‘로렌시아 오대호 생태지역’이다.
캐스캐디아 생태지역은 미국-캐나다 국경을 가로지르며 알래스카 남부의 코퍼강에서부터 남쪽으로는 멘도시노곶, 동쪽으로는 옐로스톤 칼테라와 로키산맥 분수계까지 4023킬로미터를 에워싼 75곳의 생태지역군이다. 1991년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 주들이 이 지역 관리를 위한 협의체, ’태평양연안북서부경제지역(PNWER)’이라는 비영리기구를 창설했다.
PNWER관할구역은 워싱턴, 오리건, 브리티시컬럼비아, 아이다호, 몬태나, 앨버타, 서스캐처원, 유코, 노스웨스트 준주, 알래스카 등이 포함되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오대호(*영어로 The Great Lakes로 표기한다. 카스피해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호수인 ‘슈피리어’호(평균수심 148미터)를 비롯하여 미시간호, 휴런호, 이리호, 온타리오호 총 5개의 호수. 총 유역면적 75만 3,919 제곱킬로미터, 남북길이 1,110킬로미터, 동서길이 1,384킬로미터 – 운영자 재정리) 지역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담수호들이 있다. 지구의 전체 표면 담수 중 20퍼센트에 차지한다.
미네소타,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시간,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니아(총 8개주, 미국), 온타리오, 퀘백(총 2개주, 캐나다)이 오대호를 접하고 있다. 이 지역의 인구는 1억 700만 명, 일자리 5100만 개, GDP규모는 6조 달러에 달한다.
오대호 지역도 1, 2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오염을 피하지 못했고, 기상이변의 피해도 막심하다. 2019년 ‘이리호’ 일대에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주택과 하수도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디트로이트’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뉴욕 주의 홍수도 ‘이리호’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시카고는 ‘미시간호’의 영향을 받는다.
온타리오주 과학자와 연구원 18명이 이 권역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제목은 “An Assessment on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the Great Lakes” 이다.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대비해야 할 미래의 일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이 소유한 부동산과 차량을 비롯하여 재산상의 피해가 가지 않는 한 보통은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게 정상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개인 차원은 물론이고, 정부, 사회 공동체 전체가 당장 준비해야 하는 ‘현재의 과제’이다. 다른 사회 문제와 달리 이 안건의 핵심이자 딜레마는 각자 도생하는 방식으로는 큰 의미가 없으므로,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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