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적 자본과 심리적 자본


몰입을 통해 얻는 ‘즐거움(enjoyment)’이란 감정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경제나 경영에서 말하는 ‘자본’ 구축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쾌락(pleasure)’이란 감정은 소비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자본’이란 용어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자본’이란 미래의 더 큰 이득을 기대하며 즉각적인 소비를 하지 않고 보유하여 두는 자원들을 지칭한다.

–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심현식 옮김, <몰입의 경영>, Page 131, 황금가지(2006)

(Image: 인터넷서점 알라딘 화면 캡처)


개인적으로 ‘멀티 태스킹(Multi-Tasking)’이란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사람의 출중한 능력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인간의 속성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하나의 과제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최대한 길게 잡아도 (경험상) 3시간 전후로 판단됩니다. 체력이 좋은 사람은 약 4시간 정도까지 가는 경우도 보았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하나의 특정 과제에 대해 2-3시간 이상 온전히 집중을 하게 되면 사람은 극도로 피곤해 집니다. 보통의 사람은 길어야 1시간 전후 온전히 집중하며, 그 뒤로는 산만해지거나 지루해 합니다.  

인간은 생산적인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도록 생물학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머리 속으로는 작곡을 하면서 몸으로 움직이는 야구를 동시에 할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는 피아노를 치면서 머리 속으로 시를 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TV (영화)를 보면서 과자나 과일을 먹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것은 생산적인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TV (영화) 화면 속 장면과 과자나 과일 맛 중에서 어느 것을 더 정확하게 기억하느냐를 물어보면 한가지만 대답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위에서 언급한 멀티태스킹의 경우에는 1시간 정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더 이상 집중할 수 없을 경우, 그 과제를 잠시 접어두고 다른 과제로 옮겨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통상 8시간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3-4가지 일을 하루에 처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럴 경우 대체로 과제 처리의 숙련도 측면에서 깊이는 없습니다.

인간이 온전히 집중 혹은 몰입을 못하는 이유는 DNA 자체가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더 달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정도 생활 수준이 되면,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놀러 다니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기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죽어라고 일에만 매달리는 ‘일 중독자’의 경우에는 일을 하는 과정 자체의 쾌락이, 목적없이 노는 것보다 더 크다고 느끼기에 노는 것을 포기하고 일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달리, 눈 앞에 할 일이 없을 경우에 상당 수준의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돈을 소비하는 것을 소비적 자본이라고 한다면, 개인의 특정 관심사에 몰입이나 집중하는데에 시간과 에너지, 교육비 등을 지출하는 것은 심리적 자본에 해당합니다.

대체로 순간적인 쾌락에 사용되는 소비적 자본의 지속시간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반면에 몰입 뒤에 찾아오는 성취감, 만족감, 성장한다는 느낌에 이은 뿌듯한 자존감 등으로 표현되는 심리적 자본은 상당 기간 지속되며,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나이, 직업, 성별과 상관없이 심리적 자본이 가져다 주는 제대로 된 행복감을 한 번이라도 체험한 사람은 그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성장을 위해 나아갑니다. 그 기쁨이 무엇에도 비할 바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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