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빈곤과 불평등의 세기를 끝내기 위한 탈성장의 정치경제학: 격차 The Divine 1부 거대한 격차


  • <The Divide: A Brief Guide to Global Inequality and Its Solutions>, 제이슨 힉켈 Jason Hickel, William Heinann 2017 (Penguin Random House)
  • 김승진 옮김. 홍기빈 해제(제목풀이), 아를 출판사 2024년 7월 초판 발행
<The Divine>, (Book Cover, Image: Google Books, Screen Capture)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의 세상이 잔인한 불평등으로 찢겨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나라들은 상상조차 안 되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반면 어떤 나라들은 대대적인 박탈을 겪고 있으며, 수십억 명이 영양가 있는 음식이나 깨끗한 물과 같은 기본적인 필수 품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현실이 보이지 않을 수 없을 것 입니다.

이런 불평등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 Page 12

1500년대에는 소득과 생활 수준 면에서 유럽과 나머지 지역들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잘 사는 나라와 부유하지 않은 나라는 극명하게 갈린다.

2000년대 미국인의 평균 소득은 라틴 아메리카의 9배, 중동과 북 아프리카의 21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52배, 남아시아의 73배였다. 1960년 이후, 글로벌 북부와 글로벌 남부의 1인당 실질소득 격차는 거의 3배나 늘었다.

500백 년 사이에 이처럼 차이가 나기 시작한 것은 유럽과 미국 등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한 강대국들이 나머지 세계를 하나의 국제경제 시스템 안으로 옭아넣으면서 생긴 일이었다.

17세기-20세기에는 인적자원(노예 포함)과 천연자원 등 물리적 자원으로 묶여 있었다. 오늘날 21세기에는 국제원조와 대출로 상징되는 금융자본으로 묶여 있다.

전례 없이 극단적인 불평등, 데마고그(demagogue: 허위 정보로 대중을 선동하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하는 정치가)의 부상, 산업 문명에 대한 기후의 복수로 점철된, 인류 역사상 가장 두려운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필요하다.

마르틴 루터 킹 주니어는 “역사의 궤적은 정의를 향해 구부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절로 그렇게 구부러지지는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1부 거대한 격차

포인트 포(Point Four)! 1948년 재선에 성공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세계 첫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된 대통령 취임식 연설문의 네번째 항목.

연설문 네번째 항목의 헤드라인을 기획한 <애틀랜타 저널> 기자 출신의 미 국무부의 하급 직원 ‘벤저민 하디’. “개발 혹은 발전‘으로 번역되는 그의 핵심 키워드, ‘디벨로프먼트 Development’.

연설문을 읽던 그 순간, 미국은 개발/발전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실제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포인트 포’는 순전히 홍보 술책으로 단지 연설문 한 꼭지로 포함되었을 뿐이다.

대중은 열광했다. 전쟁 이후 미국 너머로 눈을 들어 세계를 응시하면서 글로벌 불평등이라는 야만적인 현실을 인식하게 된 미국인들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유럽이 무너지고 있던 당시에 미국이 마치 원조와 자선을 필두로 국제질서를 주도할 자신감 있는 국가로 생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개발이 완료된 국가(미국)는 앞으로 개발되어야 할 후진국들에게 풍료로움을 너그럽게 나누어 줄 구원자가 될 형상을 갖추게 된다.

식민지에서 철수해야 했던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여러 나라도 이 스토리를 냉큼 집어들었다. 자신들이 남의 땅에서 초래한 끔찍한 불평등과 미안함을 동시에 털어버릴 수 있는 절묘한 키워드였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속임수

Donation 식량을 기부하는 모습 (image: Unsplash)

잘 사는 나라들은 유엔, 비영리기구, 자선단체들을 활용하여 가난한 나라들에게 끊임없이 원조를 한다. 수 십년 동안 이런 행위를 지속하고 있지만, 가난한 나라들의 형편이 나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가난한 나라 국민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도 사정은 나아지질 않는다.

혹시, 일반적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운데 뭔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 것일까? 최근 영국 국제개발기구 네트워크인 ‘본드’는 ‘원조와 국제개발 운동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인류학자들은 핵심 신화의 구조가 깨질 때에 사회의 다른 모든 것들도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신화가 해체될 때 혁명이 일어난다.

개발/발전 담론이 무너지면 현재의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한 그 밖의 확신들도 무너진다. 수 십년 간의 국제개발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에 근본적인 ‘어떤 문제’가 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해 진다.

누군가의 발전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못한 것을 의미했다. 1492년 이래 유럽은 라틴 아메리카, 중국, 인도 지역에서 헐값에 가져온 천연자원과 에너지, 인적 자원(노예) 덕분에 성장했다.

식민지 원주민들의 피해는 상당했다. 라틴 아메리카 원주민 7000만 명이 사망했고, 인도에는 3000만 명이 기근으로 사망했다. 중국과 인도는 식민지 이전의 세계 GDP 비중 65%에서 식민지 이후에 10%로 곤두박질을 쳤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카를 마르크스, 마하트마 간디, 에메 세제르(*프랑스 시인, 정치인. 아프리카 독립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위 사진)와 같은 지도자들이 식민지 기반의 경제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잘 사는 나라들은 1960-70년대 저항 국가들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담론을 개발했다. 못사는 나라들의 독재자들을 은밀히 지원했고, 내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란과 과테말라, 브라질의 쿠테타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0년대에는 각종 개발기금 원조 정책을 추진하여 글로벌 남부 국가들을 채무 국가로 전락시킴과 동시에 구조조정을 강요하였다.

1990년대에는 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자유무역시스템을 도입하여 관세의 철폐 요구와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행사하여 자국의 경제를 성장시키고 방어할 수 있는 장막을 제거해 버렸다.

2005년에 <빈곤의 종말>을 저술한 미국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그는 잘 사는 나라들이 내세우는 ‘원조’ 프로파간다 복음주의의 기초를 유럽과 미국에 제공했다.

2016년 말, 미국의 국제금융청렴기구와 노르웨이 경제대학원의 응용연구센터는 ‘원조’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이터를 발표하여 ‘원조’ 이론의 허구성을 세상에 공개했다.

원조를 받는 나라들이 원조를 하는 나라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2012년 못사는 나라들이 원조 받은 금액은 2조 달러, 잘사는 나라로 빠져나간 금액은 5조 달러에 이른다. 1980년 이후 빠져나간 돈의 규모는 26.5달러로 미국과 서유럽의 총 GDP를 합한 금액과 맞먹는다.

잘사는 나라로 빠져나가는 돈의 유형은 1) 부채상환 이자이다. 매년 2000억 달러를 상환 중이다. 2) 외국인이 못사는 나라에 투자해서 번 소득을 본국으로 가져간다. 매년 50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3) 1980년 이래 개도국의 자본이탈의 규모는 23.6조 달러에 달한다.

개도국에서 빠져 나가는 연간 순유출액 3조 달러는 선진국 제공 원조 예산의 24배가 넘는다. 국제금융청렴기구에 의하면 이러한 자금의 순유출은 매년 약 20%의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이 개도국의 경제 성장율과 생활수준 하락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부자 나라들이 산업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전적으로 야기한 ‘기후변화’ 때문에 개도국들이 겪는 피해는 매년 57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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