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어도 내 아파트는 무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용어의 선택과 메시지의 프레임: 기후변화의 심리학 Don’t Even Think About It


단어는 강력하다. 단어가 사용될 때마다 프레임과 상호연동하여 작용한다. 최근에는 모래에서 원유추출이 가능한 역청 모래 bituminous sands 라는 이름을 둘러싸고 프레임 전쟁이 벌어졌다.

용어는 생각의 프레임을 형성한다

이 물질은 일반적으로 ‘타르 샌드 tar sands’ 라고 불렸으나, 캐나다 석유 산업계가 프레임 효과에 주목하면서 이를 ‘오일 샌드 oil sands’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한 환경 운동가는 이런 논리에 따르면 토마토는 ‘케첩’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1980년대 말에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기후협상 과정에서 ‘지구온난화’라는 용어를 ‘기후변화’로 바꾸고자 영향력을 발휘했고, 결국 성공했다.

지구 온난화는 원인 제공 대상(자)을 어느 정도 제한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기후변화’라는 말은 더할 나위없이 단조로워서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하게 된다.

또한, 기후위기를 설명할 경우 무엇이 가장 중요하거나 진실한지가 아니라, 무엇이 가장 ‘이야기로서 만족스러운지를 추구’하면서 이야기에서 ‘사실’은 사라진다.


오래된 문화적 실수

기후과학자들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미래에 예상되는 위험한 실태’를 알리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대중들은 통계자료 혹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현실에 맞게 누군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오늘의 관점에서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이해 혹은 해석하기란 불가능하다.

기후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평균 온도 1.5도 이상 상승할 경우, 지구 환경에 다양한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을 다양한 숫자 혹은 통계를 활용하여 팩트만 이야기 한다.

그래서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온도 상승의 의미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들은 앞으로 ‘날씨가 조금 더워지겠구나! ‘정도로만 여길 가능성이 크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대기가 더욱 더워지고, 폭우가 내릴 확률도 더 높아진다고 해도 일반인들은 날씨 예보 정도로 취급한다.

그 결과로 인해 내 집이나 차량이 침수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차량 수리비의 증가나 주택 침수에 따른 복구 비용이 증가하여, 지난 1년 간 벌어들인 내 소득을 모두 까먹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까지는 이르지 못한다.

미국 뉴욕 맨하튼 동쪽에 건설 중인 해수면 상승과 폭우에 따른 침수피해 방지시설 공사 현장. 2020년에 시작된 프로젝트로 오는 2025년에 준공될 예정이다. 공사비는 14억 5천만 달러(약 1조 9500억 이상)가 투입된다. (Image: ABC News Screen capture)

해안 침수 방지에 1조 9500억 투자하는 뉴욕시

미국 뉴욕시의 경우, 지난 2020년부터 해수면 상승과 폭우로 인해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거대한 물막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오는 2025년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소요되는 뉴욕시 예산(공사비)은 14억 5천만 달러이다.

한국 돈으로 약 1조 9500억 원 규모의 비용인데, 한국의 현실에 빗대어 설명을 하면 약 30만 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모든 결식아동이 태어나면서부터 22살의 성인에 이를 때까지 1년 365일 점심 1끼를 걱정하지 않고 온전히 생활할 수 있는 비용(결식아동 30만 명 기준*1끼 식사비용 8천원*365=연간 소요예산 876억 기준)이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어서 14억 5천만 달러를 2050년을 대비하여 해운대 해변 혹은 동해안 물막이 공사에 투입하면서도 정작 오늘 당장 도움이 필요한 (한국) 결식아동들에게 사용되어야 할 돈을 집행할 여력이 없다는 상황을 생각해 보는 나로서는 마음이 상당히 불편하다.


예일대학교 기후변화 의사소통 프로젝트 책임자 ‘토니 레이세로위즈’의 말을 빌리면, 감정적 뇌와 이성적 뇌를 나누는 것은 ‘오래된 문화적 실수’이다.

정보가 사람의 태도를 바꾸지는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보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큰 증거는 정보가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는 광범위한 연구증거를 과학자들이 계속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일리노이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IPCC(정부간 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사용된 언어를 시험해보았더니 사람들이 IPCC가 알리고자 하는 가능성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후변화가 환경 운동가들에게는 근접한 사안이 되었을는지는 몰라도, 일반 대중의 직접적인 관심 대상에서는 오히려 멀어져버렸다.

기후변화는 경제, 일자리, 범죄, 전쟁이 들어차 있는 걱정의 웅덩이 외곽 한쪽 면을 차지하는 사치스러운 걱정거리가 됐다. 기후변화를 둘러싼 시각적이고 은유적인 언어는 기후변화를 환경문제로 못 박는다.

기후변화는 사회전반에 미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고용, 경제, 범죄, 재산피해 예방과 같은 시급한 현안 문제들로 취급되지 않는 제1 관심에서 멀어지는 왜곡된 현상을 초래한다.

기후위기를 생각할 때 언론이나 매체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은 ‘북극곰이 떠 돌아다니는 빙하 위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장면’이다.

년간 북극해 빙하의 최소 면적. 측정이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5년에 5백만 제곱킬로미터, 2025년에 4백만 제곱킬로미터가 조금 넘으며 이후에도 빙하의 면적은 계속 감소 중이며 속도도 빠르다. (Source: Global Ice Viewer, NASA: Climate.nasa.gov)

하지만, 일반 대중은 일상에서 북극곰을 만날 일이 거의 드물기 때문에 ‘극지방의 날씨가 조금 바뀌고 있구나!’ 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북극곰의 위치를 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으로 교체해 보면 어떨까?

기후위기로 인해 ‘내가 기르는 반려견의 체온’이 내년부터는 높아지고, 온열질환 발생 비율이 높아져서 ‘반려견 치료비가 현재에 비해 몇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북극곰을 한가하게 바라보듯이 가만히 있을까?

심리적 위기를 조장하자는 말이 아니다. 객관적인 정보를 일반 대중들이 알아듣기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그래야 뭔가 대비를 하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수면 상승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으며 빙하지대(면적)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은 당연이 높아진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해안선을 따라 즐비하게 들어선 고급 아파트 혹은 고층 건물 1층이 물에 잠길 확율도 더욱 높아진다. 뉴욕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27년 후인 2050년을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층이 물에 잠기면 고층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출입에 엄청난 불편을 겪을 것이 뻔하고, 해당 부동산의 가치는 곤두박질 치게 된다. 급매물로 내어 높아도 1층이 물에 수시로 잠기는 아파트를 살 사람은 전무할 것이다.

15년에서 20년 이상 수(십) 억원에 달하는 주택대출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해서 이제야 좀 살만해 졌는데, 웬걸? 그 부동산이 이제는 물에 잠겨서 처분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이래도 거대한 빙하 지대가 녹는 현실이 내 삶과는 아직도 무관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가한 상황’이라고 사람들은 과연 생각할까? 해당 부동산에 입주한 상가 건물주와 아파트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은 정부나 관할 구청을 상대로 신속히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연일 시위에 참가하지 않을까?

조만간 내 삶의 터전이 없어질 상황이라면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뭔가 신속한 행동을 취할 것이다. 재산상의 손해, 안전한 삶을 위한 공간의 소멸, 목전에 닥치게 될 생존 자체에 대한 불안은 인간의 본능 중에서 가장 큰 두려움을 유발하는 조건들이다.

기후위기가 ‘다가올 미래의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하는 기후과학자는 많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위와 같이 내 삶과 직접적으로 얽혀있으며, ‘뉴욕시처럼 오늘 대비해야 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자 개인의 문제’이다”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기후과학자는 많지 않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직업윤리’에 따르면, 그들은 모든 감정적인 과장을 제거한 균형잡힌 결과물을 내 놓아야 하는 습관이 있어서 시원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자료출처>

  • 조지 마셜 지음, 이은경 옮김, <기후변화의 심리학>, page 154-199 요약

조지 마셜 George Marshall 은 영국 최초의 기후변화 전문 비영리 기관 ‘기후 봉사 활동 및 정보 네트워크 (Climate Outreach and Information Network, COIN)의 공동 창립자이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양식을 제안한 <탄소해독 Carbon Detox>을 저술했고, 각종 언론 매체 기고 및 강연(Google)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Image: UNB News Screen cap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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