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nibal Capitalism: How Our System is Devouring Democracy, Care, and the Planet – and What We Can Do About It (식인 자본주의: 우리의 시스템은 어떻게 민주주의, 돌봄, 그리고 지구를 잡아 먹었으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Author: Nancy Fraser (First Published by Verso 2022)
- 한국어판 (제목):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 옮긴이: 장석준, 펴낸이: 이영선
- 펴낸곳: 서해문집, 초판 발행일: 2023년 2월 5일, ISBN: 979-92085-91-3 03300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용어: ‘식인 자본주의’
부채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노동은 불안정하며,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퇴보하고, 인프라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며, 국경 감시는 더욱 가혹해진다. 거기에다 인종화된 폭력, 생명을 위협하는 팬데믹, 극단적인 기후까지 엄습한다. 그리고, 그 해법을 상상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정치의 기능 장애가 이 모두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중략)
이 책이 실제로 제시하는 내용은 이 모든 끔찍한 사태의 근원에 관한 심층 탐사이다. 이 책은 질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각 항목별 사안에 대한 범인을 지목한다. 우리를 이 지경에까지 몰아넣은 이 사회 시스템을 나는 ‘식인 자본주의 Cannibal Capitalism’ 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
낸시 프레이저 지음. 장석준 옮김. <식인 자본주의에 밤대한다>. 서해문집. P15, P16
책 겉표지에 등장하는 뱀은 ‘우로보로스 uroboros’이다. 이집트 신화에서 시작하여, 그리스 신화를 거쳐 유럽에 널리 퍼진…‘자기 꼬리를 잡아먹는 뱀’이다.
‘식인(동족 포식), Cannibalism’의 여러 의미
저자는 ‘인간이 다른 인간의 신체를 먹는 의례’라는 뜻의 ‘식인’의 정의를 사회체재까지 좀더 확장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해 가족과 공동체, 생활 터전, 생태계의 피와 살을 모두 빨아먹어버리는 현실까지 관념을 확대한다.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을 구성하는 체제의 주변부에 존재하는 천연자원과 사회적 부(Wealth)를 모두 끌어다가 자기 궤도에 가둬 놓은 일련의 모든 과정까지를 포함한다. (자본주의) 자신을 지탱해 주는 사회의 기반과 정치적 기반, 그리고 자연의 토대(우리의 토대이기도 한)까지도 마음껏 먹어치우느라 여념이 없는 시스템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식인 자본주의’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이미지로 자신의 꼬리를 잡아먹는 어리석은 뱀 ‘우로보로스’를 떠 올린다.

자본주의 개념을 확장한 Nancy Fraser 낸시 프레이저
보통 자본주의라 함은 사적 소유, 시장 교환, 임금노동, 그리고 이윤을 위한 생산에 바탕을 둔 경제 시스템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 정의는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낸시 프레이저는 ‘이윤 주도 경제’가 그 작동에 필요한 ‘경제 외적인 기둥’ (자연에서 수탈한 부, 무상의 돌봄 활동, 공공재와 공적 권력, 노동자의 열의와 창의력 등)까지를 포식하도록 북돋는 ‘사회 질서’로 파악한다. 이런 형태의 부는 기업의 회계장부에는 표시되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철학자, 사회이론가. 뉴욕 뉴스쿨의 철학.정치사회이론 담당 교수로 있다. 독일 비판이론의 영향을 크게 받은 프레이저는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계급과 젠더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펼쳤다.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는 소통 행위의 이론에서 공공 영역의 개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회 이론의 기초와 인식론을 중심으로 연구하였으며, 진보된 자본주의 사회와 민주주의, 비판적 사회진화적 맥락, 현대 정치학(특히 독일)에 영향을 미쳤다. 간단히 ‘공론화’ 이론이라고 한다.
그는 국가와 사회의 경향적 분리에서 온 구조 변동을 두 가지 방식으로 개념화하였다. 근대의 자연법 이론이나 스코틀랜드 도덕철학의 사회이론에서만 해도, 시민사회는 전체적으로 사적 영역으로서 항상 공권력과 정부에 대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가족적 사생활 영역과 직업 체제의 반대 방향으로의 구조화가 의식되었다. 이는 ‘시민사회:사적 영역=국가:공권력’의 관계에서 시민사회가 공권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면서 생활영역 자체가 다시금 사적 영역과 공권력의 영역으로 분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권력으로 인해 공론장은 의사소통적 영향력의 조종을 위해 싸우는 ‘권력화한 투기장’으로 성장하였다.
Wikepidea.org
경제위기와 극우 포플리즘의 창궐, 기후 급변 등으로 어지러웠던 2010년대에 낸시 프레이저는 이제까지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다른 어떤 사회이론가보다도 더 맹렬히 현실에 개입하면서,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자본-임금노동 관계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더 복잡한 제도적 실체인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자신만의 탄탄한 논리로 풀어낸 ‘21세기 자본주의’의 숨겨진 정체를 ‘경계투쟁(Boundary Struggles)’이라는 논점으로 <식인 자본주의>로 재정의하여 이 책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경제 영역이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성장한 시대에는 자본주의관을 확장하여 관점을 완전히 달리하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 사적 영역과 공적 권력의 관계, 인간 사회와 자연과의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하여야 한다.
좀 더 커다란 대안을 사고해야 만 모든 형태의 부가 집중되는 자본주의의 끊없는 식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으며,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걸신들린 짐승: ‘자본주의’ 재인식
왜 우리는 자본주의관을 확장해야 하는가? 자본주의를 비판할 제대로 된 틀(비판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비판은 단편적인 관점에서 진행 중이다.
사적 소유, 가치 및 부의 확장, 자유로운 노동 등 생산 투입 요소의 시장적 할당, 사회적 잉여의 시장할당을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은 각각 사회적 재생산, 지구 생태계, 정치 권력, 인종적 피억압자에게 수탈한 부의 지속적 유입 등 네 가지의 결정적 배경 덕분에 가능하다. 여
기에서 파생되는 사회문제인 페미니즘, 생태주의, 정치 이론, 반제국주의-반인종주의와 연결해야 만 한다. 이런 사인들은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다.
자본주의가 경제적 시스템도 아니고 윤리적 삶의 사물화 된 형태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본주의를 ’제도화 된 사회 질서 an institutionalised societal order‘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이해라는 것이 저자의 해답이다.
정통적 자본주의는 새로운 세대의 노동자를 보충하고 사회적 유대와 공동 인식에 기여하는 가사, 육아, 학교, 정서적 돌봄 등 임금 노동의 기반이 되는…즉, 상품 생산을 위한 필수 배경조건이 되는 이런 일련의 사회적 재생산 활동을 처음부터 책임을 가지고 비용을 지불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 발 더 나아가 사회적 재생산과 상품 생산의 분리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중심을 이루는데, 이 구별은 현대에 심각한 젠더 문제를 일으키지만 자본주의 자체는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는 사회재생산 서비스와 이와 연관된 다른 측면들마저 상품화함으로써 이 분할이 다시 변동하고 있다. 즉, 공적 지원 영역 혹은 서비스의 축소, 여성이나 노인을 대거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로 충원하는 등 제도적 경계선을 허물고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는 또한 자연을 수선이나 보충없이 무상으로 사용한다. 인간의 경제활동 영역과 자연의 관할영역을 철저히 분리하여 자연 자원을 철저히 수탈하여 결국에는 인간의 활동이 자신의 존재 기반인 지구를 놓고 제 살을 깎아먹는 짓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착취’와 ‘수탈’의 분리 역시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것으로서 자본주의에서 공식 노동계급이 누리는 자유와 인종적 ‘타자’의 예속(보호의 책임 따위와는 무사한)을 한데 묶는다. (착취는 자유 계약에 따른 교환으로 위장한 채 가치를 자본에 이전시키고, 수탈은 자본가가 타인의 자산을 폭력적으로 징발하는 것을 선호한다)
저자가 자본주의를 이런 분리에 바탕으로 둔 ‘제도화 된 사회질서’ 라고 말하는 것은 이 시스템이 젠더 지배, 생태계 악화, 인종적 제국주의적 억압, 정치적 지배구조, 임금 노동의 착취 역학과 구조적으로 중첩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속성(전통적인 개념)
1. 그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 불의가, 자유롭지만 무자산 상태인 노동계급에 대한 착취
2. 자본주의의 주된 비합리성은 경제 위기로 나아가는 내적 경향이다.
3. 협소한 자본주의관은 자본주의가 심층적이고도 구성적인 측면에서 반민주주의적이라 주장한다.
식인 자본주의의 확장
1. 식인 자본주의관은 더 확장된 불의의 목록을 공개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적 생산과 사회적 재생산의 분할이다.
2.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로운 노동자와 종속적 타자의 구조적 분할을 제도화한다.
3. 자본주의 사회는 인간 존재와 비이난 자연의 선명한 분할을 제도화한다.
4. 사회적 재생산을 놓고 제 살을 깎아먹음으로써 돌봄 위기를 부채질 하는 체계적 경향이다.
5. 자연에서 취하는 투입물에 대해 실질적인 대체원가 따위는 결코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6. 사회-재생산과 생태의 위기를 낳은 자본주의의 경향은 인종화 된 인민으로부터 부를 수탈하려는 자본주의의 구성적 필요성과 분리될 수 없다.
7. 확장된 자본주의관은 정치 위기로 나아가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경향을 드러낸다.
Subaltern 서발턴(용어)
하층민, 하층집단, 하위주체 등으로 번역된다. 그냥 ‘서발턴’으로 표기되기도 한다. 안토니오 그람시(*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주장한 이탈리아, 정치인 그리고 공산주의자.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설자 중 한 명이다.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에서 투옥되었다)가 처음으로 중요하게 사용한 개념으로, 이후 탈식미주의 이론가들에 의해 확산되었다.
단순히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거나 상황이 열악한 집단이 아니라, 이에 더해 자신의 불만이나 분노를 표출할 언어나 문화적 수단조차 지배집단에게 장악된 이들을 뜻한다. (P178)
성소수자 운동을 일컫는 LGBTQ+: 레즈비언 Lesbian, 게이 Gay, 양성애자 Bisexual, 성전환자 Transgender, 성소수자 Queer 혹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두고 갈등하는 사람 Questioning을 뜻한다. Q뒤에 +(플러스) 기호를 더하면, 앞의 범주들만으로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담을 수 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가정하고 그들까지 포함함을 의미한다. (P141)
긱 이코노미(Geek Economy): geek은 원래 재즈공연을 의미한다. 재즈공연 때마다 연주자를 모아 임시로 악단을 구성하던 방식에 빗대어 최근의 새로운 고용 관행을 ‘긱 경제’라 부른다. 불안정 고용이 극대화돼 아예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고 임시직으로만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P139)
어머니연금(Mutterrente): 유럽의 대표적 복지국가인 독일에서는 2014년부터 어머니연금제도가 시행되었다. 1994년 이전에 자려를 출산, 양육한 여성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자녀 양육 탓에 경력이 단절되고, 상당기간 소득도 없이 복지기금을 납부하지도 못한 여성에게 뒤늦게 사회적으로 보상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P136)
유럽 중심부(영국)는 산업혁명 이후 아동과 여성에 대한 노동 착취가 극심해지자 19세기 벽두부터 영국에서는 노동시간과 노동조건을 법률로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 결실 중 하나가 여성과 아동의 노동시간을 10시간 이내로 제한한 1847년의 공장법이다. 이런 일련의 개혁을 ‘노동보호입법’ 이라 한다. (P126)
광범위한 사회적 탈진, 턱없는 시간의 부족은 돌봄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다. 가정과 가계유지, 공동체형성과 유지, 친목을 다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자본주의는 이를 통해 노동력의 공급이 보장된다.
사회적 재생산 활동이 중단되면 생산 감소, 이윤감소, 자본 감소, 경제, 문화, 정치도 존재할 수 없다. 자본주의 유지 뒷편에는 출산, 양육, 교육, 노인요양 등과 같은 사회 재생산 활동의 결과물에 의존한다.
산업화 이후 사회적 재생산은 여성이, 경제적 생산활동은 주로 남성이 담당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조정되었다. 금융 자본주의에서는 노동임금의 감소, 불안정안 일자리 양산에 따른 실질 임금의 하락으로 사회적 재생산 역할을 담당하던 여성들이 비생산적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환경변화로 그 역할 구조가 무너졌다.
이는 산업화 이후 등장한 페미니즘 운동을 거친 후 출산율 감소, 싱글족 등장,을 비롯하여 가정의 육아는 저소득국가 이민노동자 유입으로 대체되었고, 자국민을 해외에 보내는 국가들도 같은 사회적 문제를 경험하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
모든 수준에 걸쳐, 모든 지역에서 ’부채‘는 금융화된 자본주의 안에 새롭고 중대한 ’수탈‘ 물결을 일으키는 엔진인다.
현재의 금융자본체재는 압도적인 무자산 대중에게 사회적으로 필요한 재생산비용 보다 낮은 임금을 지불한다. 아울러 국가는 공적지원을 해제해 ’사회임금(공적 서비스 혜택 등)‘을 줄이는 바람에 일반 대중은 반복되는 ’부채‘의 마수에 얽혀든다.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이 불안정을 보편화함으로써 거의 모든 이들을 착취하면서 동시에 수탈하는 ’사회 시스템‘을 고착화 한다.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국가로 하여금 점진적 발전을 포기하게 만든다. 모든 국가와 무자산 대중을 부채로 얽어매어 수탈을 계속한다.
국가부채의 증가로 국민의 실질임금소득이 곤두박질치고, 보육처럼 공공이 제공하던 서비스가 가족과 공동체에 일방적으로 떠넘겨진다. 특히,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불안정한 임금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떠넘겨진다.
중심부에 있는 기득권층 역시 밑바닥 경쟁(원가절감)으로 인해 법인세를 낮추고 세수 감소에 따른 국고가 바닥나서 더 심한 긴축이 필요해 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시장교환의 관점이다, 이것으로는 자본주의와 연결된 인종주의를 설명할 수 없다. 이때 인종주의는 단지 사회적 문제로 치부된다.
둘째는 상품생산에서 벌어지는 임금노동착취 관점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잉여에 대한 청구권이 없다는 점에서 자본축적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다. 또한, 노동자에 대한 계급지배 현상이 발생하고, 비임금 노동이 자본축적 과정에서 사회에 누적되며 비노동자는 더욱 취약한 환경으로 내몰린다.
세번째는 피지배민족에 대한 자본의 수탈, 인종적 수탈로 보는 관점이다. 이 경우에 비로소 과거 유럽 식민국가, 미국의 제국주의가 타 국가를 강제적으로 식민화하여 노동력과 자원을 수탈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현대는 글로벌 금융기구, 통화정책 등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자본 수탈의 수단으로 삼는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사례이다.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북부 도시로 이동했지만, 더럽고 힘든 일자리에 배치되는 이류 노동자의 삶을 계속 이어간다.